2009/12/31 - <전쟁과 전사들에 대하여>
Last ideal(egloos) 2010. 7. 9. 14:08 |그대들은 그대들의 적을 찾아내어 자신의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그대들의 사상을 위해! 그대들의 사상이 패배할지라도 그대들의 솔직함은 아직 승리를 외쳐야 한다!
그대들의 솔직함은 아직 승리를 외쳐야한다. 다양성이야말로 전쟁의 씨앗이며 가장 강력한 근거다. 그가 말하는 전쟁은 현상이며, 존재성의 저변에 가득하게 칠해진 필연이다. 그는 '천민'이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 그것이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우리'는 언어가 쳐놓은 장벽의 뒷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혹은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흉기와 증오를 집어들어야 한다.
그는 적을 찾으라고 말한다. 경멸해야할 적이 아닌 증오해야할 적을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을 질 수 없게 된, 종교적 허무주의로 새까맣게 가려진 사회에서는 굳이 그것들을 찾아낼 필요가 없다. 이곳에선 숨을 쉬는 것만으로 폐부가 인식의 죄악으로 난도질당하고 증오와 원한만으로 머리속이 포화상태가 되는 것이다(죄악이라는 단어는 항상 조심스럽다. 그것은 '전쟁'이나 '천민'만큼이나 오해의 소지가 많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쓰는 언어라는 것이 전부 그렇지 않던가).
달리 생각해보면 또 이렇다. 그 종교적 허무주의가 모두의 눈과 심장을 단단히 옭아매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누구도 적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입에는 원한을 가득 물고도 이 캄캄한 '책임'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어디로 발을 떼야할지 몰라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 많은 증오들이 그렇게 발이 묶여 정신없는 머리로 울고 있을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그들은 오래 된 울분으로 좀먹히고, 마침내 병자가 되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죄책감과 도덕이 만든 결말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백주대낮의 거리 한복판에 서서 보면 아무도 죄인은 없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무도 죄인이 아니라고 입을 여는 순간 개인은 그야말로 적을 한 아름 발견하고 전쟁을 터트리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단 한 줌의 죄도 없고, 단 한 사람의 죄인도 없다. 종교적 허무주의는 단숨에 절멸한다. 고로 증오와 원한은 더욱 명백해지며, 흉기는 갈 곳을 찾는다.
나는 그대들 마음속의 미움과 시샘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미움과 시샘을 모를 정도로 위대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대들이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을 정도로 위대해지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