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非人間의 신화神話
글/시 2016. 12. 17. 00:01 |비인간非人間의 신화神話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헛된 삶에
오로지 이것만이 헛되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비극이다. 그 가정이 말하는 바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되려는 노력에서만
빛깔 없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
강단의 강사처럼 집게손가락을 들며, 예를 들어,
로마 황제가 그노시즘 교리를 이단으로 잘라낸 뒤 이천년
행성의 절반을 뒤덮은 십자가는
정통 교리로 인정받은 적그리스도들의 표식이 되었다.
저 춥고 딱딱한 독방에서 쇠구슬이 달린 말꼬리 채찍으로
자기 등을 내려치는 가톨릭 수도자들은
감히 입을 벌리지도 못하면서 직관하고 있다: 신성神性은
반인성反人性이야
붓다가 매에게 자기 팔뚝 살을 잘라줄 때나
모하메드가 아무리 봐도 광증으로 보이는 가브리엘에게서
도망치는 짓을 멈추었을 때나……
잘들 보시오. 타의로 살해당하거나 사형당하는 이들은
모두 세인트-상트-샌-산타-산이 되어버리지, 누구의
의도와도 상관없이.
그러니 내가 살아온 시린 삶에
유일하게 의미가 있었다면
나의 이 길고 비참한 비명은 처음부터 파멸이 설계되어있었다.
언어가 될 수 없는 것을 언어화시키려는
펜Pen으로서의 자해
마지막 살점을 도려내면 이제 이 해골은
중력의 법칙에 의하여 우수수 무너져버리겠지.
그러나 나는 인간이었던 활자가 되는 것이다.
천상으로도 지하로도 가지 않는
잉크로 만들어진 영혼
곧 이 추운 방에서 나는 의자위에 웅크리고 앉아
수라 같은 머릿속으로 동사凍死를 상상하고 있다
부서지는 언어들의 조각조각 사이에서
내가 찾을 마지막 방점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니, 아니야 여러분
내 생각엔 아직 다 안 끝났어.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