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노래

글/시 2016. 11. 19. 01:53 |

괴물의 노래



방금 내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세 살배기 아들도 함께 죽었다는군

철창 밖으로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네온의 불빛들을 보니

그 어떤 고통도 내게 닿지 못하리라.


소등시간이 지난 지가 오래임에도

나는 잠들지 않았어, 누구처럼 무시무시한 고함을

천공에 쳐대지도, 가슴이 찢어짐에 입을 틀어막고

조각조각난 피부 사이로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지

난 차가운 벽에 기대앉아 어둠을 보았네.


실상 그것이 나의 거울이나 마찬가지임을

보초를 서는 간수는 알기나 할까.

내가 이 좁은 감방으로 들어오기를 마음먹은

그날부터 이미 내 몸과 마음

허공의 어둠을 담는 빈 껍데기였지.


나는 재해가 되었었어…… 사람들은

내게 마음이 있으리라고는 추측조차 두려워했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것은 사람이 아닌 걸까? 글쎄,

시멘트 바닥의 냉기가 지난날들을 떠올리게 하는군.


나의 아내였던 여자는 결혼 전

고결한 마음에 맑은 눈동자를 가진 처녀였었지

그녀는 벌집처럼 구멍이 난 내 마음을

채워주겠노라고 내 손을 잡았지, 하! 하!

그때도 나는 이렇게 웃었던 것 같아.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 붉은 원숭이 같은

핏덩이의 생명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어

지나치게 울어대는 바람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지만

아내가 보고 있었기에 난 그녀에게 웃음을 지었지

난 무엇을 시험해보려고 했던 것일까…….


지난날 하니 죽은 부모의 얼굴도 그리게 되는군

그런데 도무지 이목구비가 그려지지 않아

달걀귀신 같은 한 쌍의 노인 둘만

유령처럼 내 머릿속을 떠도는군. 그들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아하, 도끼를 휘둘렀을 때를 떠올렸어. 그때의

그들의 눈동자는 잊을 수가 없지.


간수의 말로는 과적차량이 아내의 경차를

코끼리가 짓밟은 것마냥 무참히 뭉개버렸다더군

무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지. 특히 인간들이

바퀴에 엔진을 달고 나서부터는 말이야.

죽음을 저울질하려는 사람의 본성이

내게는 기괴하게만 느껴져.


오늘도 분명 어딘가에서 내 가족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불합리하게 죽었겠지, 생각해보면

모든 죽음이 불합리하다면 불합리한 죽음 따위도 없는 거야

나는 감방 한 쪽에 붙은 철제 변기를 쳐다보며

나 자신의 살과 피와 뼈를 셈해보고 있네.


나는 목적 없는 재앙이었다네. 왜 그랬냐고?

천둥이 왜 치고, 태풍이 왜 마을을 휩쓸겠어?

아들의 돌잔치 때 녀석을 안고

그 녀석이 나를 보며 웃고, 내 얼굴에 손을 댈 때

이미 모든 실험이 끝났었던 거야.


난 첫애에게 아빠라는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모든 무의미를 끝낼 작정을 하고 있었지.

젠장, 어머니와 아버지가 썰어놓은 고기가 됐을 때 말이야

그때 난 정말로 홀가분해, 쾌재를 불렀지…….

미안해요. 내가 미안함을 못 느낀다는 것에 대해서―미안해요.


철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로 까맣고 멀어서

사람들이 날 쳐다보던 그 눈동자 같군

속죄할 것이 없어서 죄스러운 느낌이야, 그러니까

모조리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농담이지.

참으로 이상한 세계에 이상한 삶이었어.


이러나저러나 난 곧 초록색 길을 걷게 되겠지

그러나 여러분, 부디 들어주시길,

사실은 우리 모두 그 길을 걷고 있다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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