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한 마리 들개였더라면



내가 이 도시의 한복판에 서있을 때

계절은 항상 밤이다.

무감각의 마스크를 가진 사람들이 이따금

발소리도 없이 스쳐지나가고

내가 달이 아름답노라고 울부짖어도

달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내 영혼을 사납게 물어뜯고

피 흘리는 그것을 부둥켜안고 울고 우는데

아, 보라, 울음도 웃음도

모두 감상주의자들의

사치품이 되어버렸다…….

나의 집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죽은 자들의 책으로 가득차고

나의 반쯤 감긴 눈동자를 분석하려는

정신의학자들의 목청 높은 언변과 메스가 굴러다녀

이 한 몸 뉘일 곳도 없다.

한때 딜레탕트들을 그렇게 증오했노라.

내 뭉그러진 이빨을 세우고 살기를 품고

미학은 망가지고 무너져 가면서도

어떻게든 두 발을 지상에 딛고 있는 이들의 것이라고 아, 세상에!

모든 것이 다 굳게 닫힌 빈방에 울리는

메아리 같은 것이었다.

내 생명은 그저 변명거리를 찾아다녔다.

눈동자에 총기가 있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겁먹고 불안 속에 잠겨 인간의

흉내를 냈다.

심장이 스스로 찢어지고 영혼이 독을 삼켜 비명 지르는 와중에

마스크만은 깨지지 않았다 아아, 니미럴.

인간의 피는

짐승에겐 맹독이다.


차라리 한 마리 들개였더라면.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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