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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원 블루스

글/시 2018. 8. 21. 23:20 |
회계원 블루스


옆집 김씨에 대한 소문이 돌았지
그의 머리가 댐에서 발견됐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지
그저 술이나 몇 번 같이 마셨을 뿐이니

옆집 김씨가 이렇게 말했었지
젊었을땐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다네
김씨는 작은 회사의 회계사였지
나는 술을 한 잔 더 따라줬다네

옆집 김씨에 대한 소문이 돌았지
경찰이 그의 몸을 찾지 못했다고
나는 김씨가 찍은 사진이 몇장 있었지
생각했어, 볼품없지만 솔직하다고

나는 럼 한병을 가져와 마시다가
김씨의 작품들에 그것을 부었다가
그 위에 담뱃불을 던졌다네
나는 말했네, 이제 회계일은 안 해도 되네

옆집 김씨에 대한 소문이 돌았지
마침내 그가 죽었다네
Posted by Lim_
:

날것의 영혼

글/시 2018. 8. 21. 00:19 |

날것의 영혼



우리는 아무에게도 필요 없고 싶다

밤거리의 낙엽은 환상을 피워낸다

불 꺼진 아파트들은 영원히 꺼져있고 싶다

겨울만 있는 행성에는 음악이 없을 것이라고


준비,

면도를 하고

알약을 삼키고

머리칼을 자르고

손톱을 다듬고

옷을 갖춰 입어야해

널 사랑하도록 해야 해


그런데 사실 우리는

필요 없고 싶다


칠십억 인구가 매일 밤 지하실에서 사제폭탄을 만드는 꿈을 꾼다

생명도 그림자도 사라진 고속도로 한복판을 걷는 꿈을 꾼다

<내가 태아일 때 원했던 것은, 분명 태양은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밤이 없는 행성. 악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류와는 상관없이


거꾸로 도는 피, 분명 어딘가에는

장면에서 벗어나기만 하는 우리가 살고 있어

사막에는 눈이 내리고, 잡초도 없는

거기에서 우리는 만나는 일도 없이 살지도 않고 있어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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