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첫날과 이튿날 쉴 새 없이 400쪽 가량을 읽어냈는데 잠시 덮어놓고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있었다. 아차 싶어서 일주일만에 나머지 100쪽 가량을 읽고 보니 독후의 감상이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몸통이 썩뚝 잘려나간 느낌이다. 처음에는 살고 싶다고 야옹야옹 울어대던 고양이가 2년이 지나고 나서는 물독에 빠져 몇 번 헛발질을 해보다가 체념하여 <죽어서 태평을 얻는다> 운운하다 담담하게 죽는다. 이것은 근대의 인간에게서 죽음을 의식하는 방법을 배워서 그런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짐승마저도 인간에게 물이 배면 자살을 본다. 책 맨 뒷장의 작가연보를 읽어보니 이 사람도 퍽이나 아픈 인생을 살았다. 비록 병으로 죽었으나 자살을 생각해본 일이 분명 한두번은 아닐 것이다. 근대 이후부터는 개인의 죽음이 어떤 형식이든 반드시 자살의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학자나 지식인, 혹은 작가나 예술가라는 족속들만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생물 실격.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가장 먼 짐승이 된 이유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능력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닮은 짐승이란 보고 있으면 너나 나나 처량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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