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하수구 냄새가 났다


피 대신 치기가 혈관에 흐를 때는
네온사인만 켜지면 달려나갔지
빨간 십자가 지상에 우글대면 달려나갔지
중랑천이 빛나는 걸 보려고 뛰었지

징검다리에 말뚝처럼 서서
물의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와
가로등 빛이 반짝이는 수면에 홀려있노라면
세상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

바보 같아…… 하천은
함성을 지르는 일도 없고
대답해줄 것 같은 반투명한 입술은
조롱하고 비웃는 짓뿐

핏줄에선 치기와 함께
혈액도 빠져나간 듯
하천 한복판 물빛이 비추는 얼굴은
분명 빈혈 환자 같을 터다

사람들은 세련된 스포츠웨어에
이어폰을 꽂고 기계로 심박수를 세고
물이야 흐르든지 말든지

얼굴 찾는 일도 이제는 그저
이끼를 씹는 맛이라
시내 쪽이 빛으로 불타는 도시의 야경에

흐르는 물에 쓴 침을 뱉고,
지갑에 든 돈으로는 담배 아니면 막걸리구나
기적은 없다, 곤란하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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