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도봉로 130길

글/시 2020. 11. 12. 22:51 |

새벽 2시, 도봉로 130길


불 꺼진 간판 아래
나는 장대처럼 서 있는 거다
목욕탕 굴뚝처럼 연기 뿜으며
네가 있을 자리를 더듬어보는 거다
그러면 구름에 가린 달처럼
머리 위 불 켜진 창문에서
너는 늙은 목소리로 흐느끼는 거다
그리고 너는 캄캄한 연립주택 사이
놀이터 저편에서 비명 지르는 거다
아직도 흐느끼는 너는
골목 너머 다투고 있는 젊은 연인인 거다
맹렬하게 타오르며
네 남자친구에게 따지고 있는 거다
내가 네 여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 보이냐고
가스버너 불꽃같이 쏘아붙이는 거다
그러면 나는 몰래 한 개비를 더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거다

머리 위에서 너는 왜 울지, 하고
희희낙락 연기에 잠기는 거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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