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생각하며

글/시 2020. 1. 29. 02:49 |

과거를 생각하며


밤거리 그림자로 웅성거리고
생명의 기척은 없다, 나는
앙상한 몸을 비척대며
위악스럽게 걷고

그러니까 종말을 망상하는 것이다
가로수의 그림자에도 놀라며
내가 인간에게 저질렀던, 저지를 수
있었던 수치들에 놀라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지 못했던
죄스럽기만 했던
패악뿐인 삶이었던
그런 것들을 너무 일찍 알아차린 것이다

연신 줄담배를 물어도 풀릴 리 없는
죄악의 실타래는 내 숨까지 옭아매
앞으로 한 발짝 떼는 일조차
더 깊은 죄악일 듯 싶어 공포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이 멸망한 밤에
종말이 오지는 않으려나, 어린아이 같은
죄를 뒤집어쓴 어린아이 같은
꿈꿀 수도 없는 꿈을 꾸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해가 뜨고
그때까지는, 그림자들에게 사죄하고
또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갇힌 나는 창문을 두려워하며

햇빛 찬란한 겨울에 죽음을 그려보고
거기에 꽃이나 피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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