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얼어붙어서

글/시 2019. 12. 28. 14:13 |

태양이 얼어붙어서

 

 

사람이 불행에 잡아먹혀서

     존재는 슬픔밖에 피우지 못하고

겨울하늘이 연탄재 색깔이어서

     폐부는 잿빛으로 썩어가고

 

믿었던 사랑이 기만이어서

     절벽 끝에서 다리를 내밀기도 하고

여지도 없이 희망이 죽어가서

     실링 째 떨어지는 올가미를 바라보고

 

그러니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다

생각하자면, 얼마나 많은 불행인지

행성 구석구석 들어찬 불행인지

담배를 뻐끔대며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혈액이 분노로 들끓던 시기도 가고

단도로 자기 심장 파내던 시기도 가는 것이다

단지 조용히 앉아 생각하노라면

배신하고 배신당하고, 존재의 무서운 굴레인 것이다

 

아무 정도 없이 피었다 말라가는

그런 나무처럼 되고 싶다고 되뇌일 때

나 혼자 나무가 되어 피었다 말라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슬픔은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 사람들……

고통의 바다에서 솟아올라 허우적대다

결국엔 익사해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스스로 사랑도 없었던 일에 자책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앉아 있다가

구원은 어디서 오나, 그러나 결코 밖에서 오진

않는 것이다, 밖에서 올 리가 없는 것이다

분명히 그런 것이다

 

태양이 얼어붙어서

     빙하기에 불을 때는 마음이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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