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 같은 희망

글/시 2019. 12. 20. 22:02 |

암막 같은 희망


새까만 하늘의 별들은
빛나는지 빛나지 않는지
고라니들은 모습 숨긴 채 뛰어다니고
인간의 힘은 언제나 불행이었다

자신의 불행이든 타인의 불행이든
사람은 비극에서야 어지러이
빛을 품는데
그러나 도대체 어째서?

저 멀리 도시에서는 분명
오늘밤도 그 비극에 취한 걸음들이
길가에 떨어진 동전을 줍듯
삶의 파편들을 주워 모으고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몹시도 슬프고
나 역시 그 속에 있었고
어둠은 물러날 줄을 모르고
모두가 그 안에서 맴돌고

그러다가도 너의 창백한 팔을 보고
나는 산길을 올랐던 것이다
그러면 너는 온화한 웃음을 보이고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담배를 피웠던 것이다

그러나 동전 줍듯이 모아 만든 빛들도
시간에 따라 흩어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절벽 위에서 죽음을 결심했던 마음도
한낱 망념으로 화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 나는 그때 그 산에 있지 않고
여전히 수풀 속에서 연기를 뿜지만
너와 함께 있지는 않은 것이다
너의 창백한 팔도 어디론가, 가버렸고

불행을 곱씹다가 홀연히
빛을 찾아 나서야겠다고
먹먹한 마음으로, 인간마저 떨치려고 한 것이다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