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 속의 지혜

글/시 2019. 12. 17. 22:37 |

꽃봉오리 속의 지혜


꽃봉오리 안에 쓰러지듯이
이 꽃의 색깔을 나는 모르는구나
이곳은 너무 어둡고 답답한 동시에
사실은 평생을 여기서 살아왔다

꽃봉오리 안에도 꽃들은 있어
가지각색으로 빛나는 욕망들
그것의 본질도 모르고
하나씩 따 내 입안에 넣는다

이런 것들은 모조리 후회로 밖에는
남지 않아……

한때 상습 자살미수자가
<부끄러운 생을 살아왔습니다>라고, 그렇게
그렇게 말했지, 그 자는 분명
자신이 수치에 발버둥 칠 것을 알고도 꽃을 먹었으리

필요한 것은 분명히 지혜다
꽃을 먹든, 먹지 않든……중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 지혜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꽃을 먹기를 멈춘 나에게도

꽃의 본질을 알고, 먹거나 먹지 않고
그렇다면 그것은 위대함으로 이어지겠지
후회하거나 수치스러워하는 것은
실상 다 무지의 결과이니

그렇다면 그때, 어느 때가 됐든, 어떤 색깔로 피든
내가 쓰러져있는 꽃봉오리도 산산조각으로 피어날까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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