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2019. 12. 14. 23:09 |




어리석단 말이다, 인간은, 나는……

평생을 희론으로 살아온 나는
어디로 가려고 했나, 어디로?
한 주먹의 이 알약들은
어디로 가느냔 말이다, 어디로

해가 뜨지도 않는 땅이다
그러나 태양도 달도 물리치고
패배하는 일 없이, 오로지 나는
영혼의 수액만을 찾아 마시려고 했다

오로지 온화하게 웃으며
화내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내 가죽을 전부 벗기는 일이 있어도
결코 즐거워하는 일도 없이, 그러나

어리석단 말이다, 인간은, 나는

뇌수에 갇힌 내 무언가
나침반도 없이 절규하고, 통곡하고
무언가 날 마주하고 있어, 무언가
아주 새까만 장막 같은 것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모든
내 환영들을 송두리째 파괴할
그런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죽음조차 기만이 되었다

가지고, 탐하고, 사랑하고
그런 것은 이제 됐다, 이 겨울
아름다움조차 무언가를 방해하고
나는 비존재에의 열망에 허덕이고

空으로, 空으로, 무조건
마치 돌진하는 창병처럼, 단숨에!
그러나 무언가가 날카롭게 조소하고 있어
두개골 속에서, 감옥의 간수처럼

왜 감각하지?……

어리석단 말이다, 나는, 나는……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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