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글/시 2019. 12. 10. 20:09 |

불야성


산에서 내려온 도시의 밤은
그야말로 불야성, 밤이 찾아오질 않는구나

명성이니 자본이니 그런 것은
뒤집히는 낙엽 같아 논할 것도 없으나
명성에 대해서니 자본에 대해서니
더욱이 모습만 바꾸는 꿈이어 나는 슬픈 마음이다

전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취중에 토하는 얘기는 불법에 대한 희론이다

세상이라는 착각에서 떠받들 것
가지게 될 것 버리게 될 것
모두 한번 생각하고 잊히게 되는 것이니
거품 덩어리 속에서 금강석을 찾는가

―나는 취하여 세상을 보았다
기쁨을 찾느라 발광하는 사람들은
어둠 내리지 않는 밤에서 바삐 달린다

그만, 그만! 그런 괴로움은
어리석음은 무지는 치워둬
불붙은 눈으로 뛰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감정도 없는 슬픔에 젖는다

이 도시는 도대체 누가 지었는지
빛은 사방에서, 그러나 깨끗할 것도 없는 빛
산에서 보았던 맑은 달은 파괴적이었다
사방팔방의 허상을 온통 부수었다

불야성의 도시에서, 나는 꿈도 꾸지 않고
그러나 꿈꾸는 자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그들은 어디로 가려는지도 모르고
냅다 내달리며 어딘가로 추락한다

내 목소리는 너무 작아, 그들은 귀가 없어
절벽에서 팔을 뻗는 내 얘기도 듣지 못하는 구나
도대체 얼마나 내달리게 될지
57억 6천만년이나 허상을 달릴 셈이냐

그만, 그만! 세상을 바꾸려는 일은 그만두고
이 착각 벗어나는 일이나 하지 않으려나……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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