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否定의 시

글/시 2019. 12. 6. 15:20 |

부정否定의 시


내 삶은 사유가 폭풍우치는
끝나지 않는 밤 같았으나
누군가 내 껍질의 가느다란 실마리를
강하게 잡아당기고야 말았습니다

시인들의 노래가 어디로 가는지
나의 정신이 미치광이처럼 따라갔으나
끝에는 공동묘지, 더하여
도무지 죽을 줄을 모르는 시체들

그리하여 저의 껍질을 더듬어보고
도무지 알 수 없는 회의를 계속하고
죽어버릴까? 이런 육신으로는
영혼에서 퍼 올린 자아조차 가려지는데

그러나 누군가가 분명히
내 실타래 끝의 실마리를 잡아당겼고……
육신은 헐거워지기도 하는 법이지요
뇌수조차 묵직한 고기였던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햇빛은 더욱 선명하기에
겨울에 골몰하여―아, 그러나
광풍 같던 사유와 사고는 이미 가라앉고
나는 적적히 뭔가를 회의하고 있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그만한 것도 없지요
옛날부터 깜깜했던 나의 시각은
떠올려진 망념들이 미친 말馬들처럼 지나가는 일로
그리도 깜깜했던 것입니다

어둠과 추위 속에서 팔짱을 끼고
증오와 광란만 허용하던 나의 삶은
죽음에 이를 때는 미풍도 그치려나요
밤에도 햇빛은 지평선 너머서 빛나니

그래요, 그런 아이가 있었습니다
폭풍우와 지진을 집으로 삼고
살갗이 전부 찢겨나가는 것을 기대하던, 어린아이가요.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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