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리석음과

글/시 2019. 11. 27. 09:33 |

나의 어리석음과


하늘색 구름이 남아있는 것인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나의 어리석음은
만일 내게 밝은 본성이 있다면
달을 뒤덮은 구름 같은 것이지

나의 어리석음은
구름 낀 야밤 파도 속에서
달을 건지려고 철벅거리는 어부지

나의 어리석음에
돌을 모으는 보석상인처럼 나는 십년을
바깥의 지식만 주워 모으며 행복할 줄 알았지

나의 어리석음에
나 모르는 것이 없게 되었다고, 방안 가득한 무덤
그러나 어느새 칼을 쥔 채 내 가슴을 조준하게 되었지

지식이 잃어버릴 수 없는 재산이라고
누가 말했지? 그도 이미 죽어
잃어버렸을 것이다, 대답할 입술도 썩어

행복을 찾으려 했던 일부터 어리석었지
외로움 잊으려 발광했던 일도
나 그저 나를 점점 두껍게 칠했을 뿐이지

―이제 점점 겨울바람도 불어
생선가시 같은 나무들, 낙엽도 없네
마을 쪽에선 아지랑이 같은 생활음
찾던 것은 행복조차 아니었다

이상한 눈을 한 채 태어나
내 본능은 그저 더 많은 지식을
썩고 벌레먹이 될 뇌수에 맹목으로
쌓고 쌓는 것이었다, 지혜는 한 조각도 없었다

하늘색 구름이 남아있는 것인지
구름이 하늘을 덮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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