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시

글/시 2019. 11. 17. 12:52 |

늑대의 시


도시에서는 더 많은 비가 내렸지
빗방울 하나마다 비치는 감금과 비극
지나가는 소나기에도
내 마음 포화되어 갇힌 늑대처럼 자기 다리 뜯었네

어둠 내리면 모두 옥상으로 갔지
담배연기에 영혼까지 뿜어지길 바라며
다들 손에는 술병 하나씩 잡고
이따금 난간 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친구도 있었네

골목 바닥은 너무 낮아,
영혼만큼 낮아서 그대로 동화될 듯해
달려라, 달려라 숨 못 쉴 높이까지
나 죽으면 연립빌라 옥상에 묻어줘, 티켓값 잊지 말고

비가 내렸지, 사람 마음 미쳐버리게 하는
절반은 인공의 어둠, 절반은 갈구하던 광기
빗방울을 씻어내 광기만 남길 순 없나
알코올은 너무 약해, 75도짜리 광증을 마시게 해

이 옷은 너무 답답하지
단백질, 지방, 뼈 따위로 지어놨으니
아무에게도 어울리지 않지
늑대는 늑골을 찢어 부수고 스모그 사이로 달리고 싶어

비가 내렸지, 도시에선 더 많은 비가 내렸지
하늘은 먹빛이고 도망치기엔 절호의 날씨지
아프다고 옷이 절규해, 속에서부터 찢어지고 있다고
옥상에선 친구들이 연달아 굴러 떨어져

이 행성에 사는 것들은
70억의 인간들이 아니라
70억의 갇힌 늑대들이어라
너무 오래 달을 못 봐 미쳐가는

도시에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렸지.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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