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囚人의 고백

글/시 2019. 11. 6. 20:00 |

수인囚人의 고백


제가 밤에 잠 이루지 못하는 것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야밤에, 깨끗한 것을 찾겠다고
산중을 뒤지는 것은

달의 명징함을 만져보겠다고
밤바다로 뛰어들어 더럽게 취해
야밤에, 곡소리를 내며
파도를 헤치는 것은

신 없는 세상에서 하늘에 닿겠다고
담배로 허파 시꺼멓게 태우며
야밤에, 이상하게 노래하면서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는 것은

그것은, 제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순결한 것을 찾아야만
완전한 것을 찾아야만
아름다운 것을 찾아야만

쓰레기 소각장을 뒤지며
통곡하며 죽은 여인을 찾고
공동묘지를 방황하며
붉은 눈으로 어떤 책 한 권을 찾고

그것은 제가 명령받은 죄인이기에
물거품에서
금강석을 찾으라는
누가 내렸는지도 모를 저주에 묶인 죄인이기에

야밤에, 저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무정한 잡초가 되고 싶다고
수평선 향해 철버덕철버덕 걷고 있습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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