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꿈

글/시 2019. 11. 6. 13:25 |

새벽꿈


한없이 한없이 그리워하던
그 님 만난 밤
오셨다가 떠나셨다
손짓하는 파도에

파도는 수백억 년분의 손 흔들고
바람은 수백억 년분의 춤을 추고
내 님 바람에 발 담그셨다
파도에 산산조각 피었다

아뢰옵건대
윤회의 바퀴로 들어 가렵니다, 하고
말했나? 말했던가?
억겁의 시간에 귀를 잃어버린 나는 모른다

파도는 손 흔들고 바람은 춤추고
하늘은 짓누르는 회색
비가 오려나? 그러나 그 장면에
비는 어울리지 않아

나 목상처럼 서있고 가슴은 흙투성이
필름을 멈추려는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다
비가 오려나, 비가 오려나
비가 오면 소금거품으로 화하는 님도 젖을까

바람은 파도의 손을 잡고 춤추고
스토리라인 무시하고 손 뻗으려는 순간
퍼뜩 깨었고

이불 위에서 되새겨보니
일생 만난 일도 없는 자에게 손을 뻗으려 했던
처량하고 바보 같은 꿈이었습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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