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일 때

글/시 2019. 11. 5. 21:59 |

바람 일 때


바람이 일고 사람은 태어나고
태어나고 살아가고 이상을 논하고
좁아터진 지구 사상으로 만석이다
담뱃재 같은 생명 맹목으로 내달린다

시끄러워, 나는 외롭단 말이다
이는 바람마다 살갗 베어
늑골 심장 다 드러나
진흙탕 휘적이며 외롭단 말이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누군가
누군가에게 전할 꽃 한 송이
피우고 싶어 발광하여
발밑에는 무덤뿐

후세는 미래에 죽었고
선조는 과거에 죽었다
나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고
마른 다리 진창 휘저어대며 죽어간다

그래도 절명할 때
괴로움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그림자 전당포에 팔아넘기고
장미 한 송이 사서……

―바람 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시 만나고 싶은 누군가도 없었구나
고독에 탄식하던 것도 몇 번이던가

참으로 촌극 같은 삶이었습니다
찾기는
누구를 찾았단 말이야?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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