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해버린 슬픔으로

글/시 2019. 11. 4. 10:25 |

존재해버린 슬픔으로


아침 무렵 잔디에는
슬픔 드리우고
산새들 지저귐은
비극 배우의 노래

태양이 뜨나? 산 능선에는
연옥빛 아우성
산사에서도 나는
온 생물의 뒤통수만 보고 있다

생로병사란 네 글자는
삶의 무게만큼 아파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는
의자도 없는 슬픔만 남았다

존재해버린 슬픔으로
온갖 스러져갈 것들을 사랑하고
존재해버린 슬픔으로
그림자들의 생몰을 입 다물고 관망 했네

존재해버린 슬픔에
나 영혼마저 죽는 꿈 꾸며
찻잔에서도 독액의 차가운 비웃음을 듣는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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