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시절

글/시 2019. 11. 4. 10:05 |

십대 시절


나는 싸돌아다녔다
나는 뛰어다녔다! 온갖 골목을
온갖 그림자가 진 길들을

한 손에는 게르만 인이 잘라준 신의 목을 들고
환희에 차서 모독을 입에
게거품처럼 물고 살아있었다!

내 입은 고라니 같아서 모든 말은
기괴한 비명이 되어 가아악 거리며 울려 퍼졌지
듣는 이들은 모두 괴로워하며 피해버렸지

그러나 내게는 희망이 있었다
희망이 있었다고……
…………………………………

세계가 정리되고 말 것이라고 믿어
이빨로 혀를 힘껏 물고
스미어 나오는 철분의 환희를 보았다

죽음을 알기만 하면 되겠지! 밧줄, 알약, 날이 선 쇠붙이들
그러면 위대함을 이 작은 손에 잡겠지!
펜촉으로 세계에 흉터를 새기며 나는 잠드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죽은 자들은 진리의 거칠거칠한 표면을
입술로 있는 힘껏 물고 죽었겠지, 내 방은 무덤
나는 공동묘지 안에서만 십 년을 살았다

그러나 나는 희망이 있었어, 희망이 있었어!
동맥에 칼을 박지 않을 이유를 발견했었어!
아아, 그러나, 괴로움은 덜어지지 않고

그렇다면, 고통이야말로 삶의 본질 아닐까
그렇다면, 본질을 가속시키자, 날 구렁텅이에
한숨의 늪에, 영원히 석양만 지는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세계로

그래,
정말 정신이 나가버렸군……
보호자님, 이 아이는 이제, 인간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희망이 있었어, 희망이 있었어!
그러나 그것은 실은 광기라고 불리는 것으로
내 중추신경에 흐르는 흑색화약으로

해를 넘기자 나는 영원히
신발을 잃어버렸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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