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떴다고 할 것도 없는 밤


숨 쉬는 일이 금지된 내 방에는
카페인, 니코틴, 타르의 역한 냄새로 가득해
풀뿌리나 석양의 향기 같은 것은 코에 닿지 않고
무엇보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곳이 활자에 머무는 죽은 유령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주로 탄식하며 생각하는 것은
폐쇄된 행성에서의 삶에 관한 것으로
아아, 말라가는구나, 존재도 행성도
탈출구는 한 줌의 바르비투르산이로다.

서랍 속의 불화佛畫는 열어보면
삼천대천세계의 진실을 가리킬 지언데
정작 서랍은 열어보면
형형색색 수십 개의 알약에 부처의 손이 가려져있다.

심야의 나는 자동인형 같아라
그림자 속의 사람들이 ‘중국어 방’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지, 이따위 망념에 젖어
까딱까딱 담배나 태우러 다닌다.

어둠 속에 묘비처럼 서서 줄담배를 피우면
골목마다 비극에 비명에 절망이 있음이 더 잘 들리는 바
으으 추악해라, 떨며 몸을 돌리고
결국에는 내 비극과 비명과 절망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목 베는 신이 상공을 활보하는 것은 분명한데―어라, 아무래도
그놈은 혼자 질식사로 돌진하는 놈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었으니
내일도 일단은 살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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