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하지 못한 슬픔에

글/시 2019. 10. 30. 01:32 |

결백하지 못한 슬픔에


맥주에서 짠맛이 났다

없는 돈을 긁어모아 간 맥주집에서
시킨 가장 싼 맥주는
짜디짠 소금 맛이 났다

왜 짠맛이 나나
홍콩 시민들이
최루탄과 진압봉에 맞고 있어서 그런가
아프리카에서
눈도 못 뜨는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어서 그런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에게 매춘부 취급을 받고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맥주를 사서 마시고 있어서인가

짜디짠 소금 맛이 나는 맥주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어치우고선
짜디짠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빨간 불은 서글프게 빛나고
나는 그것을 담아
내 안에 빨갛게 옮겨 붙이고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미국 남부에서 만든 블루칼라들의 담배는
단맛이 났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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