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신분열증환자

글/시 2019. 10. 29. 03:02 |

21세기 정신분열증환자


딱히 새벽녘의 도봉구에
그림자 사이로 싯구들이 기어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은
새벽마다 가장 어두운 골목으로 싸돌아다니는 건
담배를 태울 핑계입니다

요즘 세상이라 하면 놀라운 것 투성이라
아무도 없을 골목으로 들어가면 어디선가 기계 여성이
이곳에는 쓰레기를 버려선 안 된다고 하기에
거기에 누워 잠을 청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제 네모난 위장에서는 열다섯 개하고 네 알의 알약이
달가닥거리며 저들끼리 음모를 꾀하니
이 새벽의 방황도
내일 일어날 나는 기억하지도 못 하겠지요

친구에게는, 오버도스의 외출이야, 하고는
별 다른 설명도 없이 나와 버렸으나
누구든 제 곁에 있는 자들이란 익숙해지거나 떠나버리기 마련이어
무슨 생각으로 굳이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아아, 갈증 나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물을 마셔도 술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이란
분명 약물의 부작용이거나 정신의 갈증일 터인데
그런 것이 구분이나 되는 것인지요

절망했느냐 하면 굳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녁에는 까치가 울었고 작은 아이가 제 담배연기를 피해갔고
내겐 아무래도 人間이 없는 것 같아, 되뇌다가
이런, 내 안에는 정말로 인간이 없구나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무어, 은혜롭게도 프로이트 이후에 저는 태어났으니
정제된 리튬 따위의 화려한 알약들로 저는
자아에 대해 착란하는 일을 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수치를 끝내는 약은 아직 의사들이 개발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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