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글/시 2019. 7. 12. 16:22 |

비명


미래가 두려운 것이 아니야
미래는 분명 두려워하고 있지
인류는 응고되어가고 있다

단두대 모양의 세상
단두대가 준비된 세상
단두대에 의한 세상
사람이라는 단어는 사어死語다

인류는 19살 이후로 각화증에 시달리며
항암제를 마신다, 변이는 죄악
늙어가는 몸에 숙명이라고 새겨놓고
질식하고 익사해가는 사지四肢

어디까지 굴러가게 될는지?
조정되고, 조각되고, 처분되고
하여 시대정신 끝에 남는 것은
토르소 한 점

실존이 파열하는 소리는 아주 미약한 소음이었다
알아들은 이도 거의 없었다
거의

울부짖는 비명도
군홧발에 터져버리는 핏줄기도
가스실 안의 깨진 손톱도 없었다
그저 희희낙락 스스로의 목을 절단하는
단도를 든 젊은이들

회의, 회의, 회의, 직후 압살
앞서 가던 중늙은이에게서
나사 하나가 떨어졌다
주워주니 고맙게 받는다

지금 내 늑골을 갈라보면
아직은 선혈이 흐른다는 것에 감사
나는 존재한다, 고로 반역한다
단도 끝의 나의 적: 그것의 이름은 때때로 我다
방심하면 그것에게 압살당한다

나타나엘의 스승에게 청하노니, 부디 영원한 치기를!
반역을, 반란을, 목적 없는 반달리즘을
왜냐하면 인류는 응고되어가고 있기에
차라리 단단한 쇠망치를: 그 토르소를 산산조각내면

조각조각에서 머리와 사지가 슬금슬금 뻗어 나오리라고
시체뿐인 땅위에서 소원한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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