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 나름의

글/시 2017. 5. 30. 20:57 |

초발심 나름의



어드메냐 이름 없는 사람들 있거나 아니 있거나 했던 기억도 못할 언덕빼기

허리 숙여 신발끈 단단히 매고 나는 간다 하고 옷깃 털었던 곳이 어드메냐

여하간에 발길 가벼운 절름발이마냥 봇짐도 없이 나는 가기로 했다

동행자는 몇 명의 존귀한 유령들이었으나 나는 산 사람이라 대화할 생각이 없다

가기로 했으니 가야지, 그러니 이제 천만 리를 넘어 내 난 마을에 다시 온다손 하여도

이 마을은 모르는 마을인 것이다 이 마을사람들도 낯모르는 이들인 것이다

가다 가다 지치고 배가 곯아 풀섶에 푹 앉아도 동행 영가들 고수레만 던지고 나는 또 간다

신발끈 묶은 뒤로 그 언덕빼기 뒤로 한 이후 가기만 하는 것이다

만나 악수한 사람도 곧 작별인사 할 사람이고 작별인사 한 사람도 곧 만나 악수할

그런 사람들일 길로 나는 간다 그 외 할 일이라고는 내 양식 송두리째 고수레 던져

발걸음 점점 높아지고 가벼워지다 외롭고 쓸쓸허이 웃으면서 휘적휘적 공중을 걷는 일이다

그릴 사람들이 있으면 있는 대로 떠날 사람들이 있으면 있는 대로

그러니 더욱 가고 또 갈 일이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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