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글/시 2017. 5. 14. 21:42 |

참을 수 없는



도시가 밤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갑에 지폐 한 장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껴안을 어깨가 없는 것이 허전한 게 아니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슬픈 게 아니다


오늘 교수직을 은퇴한 늙은이를 한 명 만났다

그는 자신의 군장교 시절부터 시작하여

한 학교의 교장이었던 것, 어느 대학의

교수였던 것, 당당히 쌓아올린 자신의 지식들을

수집한 우표를 자랑하는 어린아이처럼 늘어놓았다


나는 그의 늙어가는 얼굴이 고목의 껍질 같다는

그런 생각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의 장황한 자부심과 친절한 대접이 끝난 뒤

거리로 나오니 밤이었다 별도 보이지 않는


나의 미래를 점쳐보려 했으나 별도 없었고

별이 있다 한들 별 도리도 없었다

끔찍하게 담배가 피우고 싶었으나

니코틴이 주는 위안을 물리칠 만큼 나는

어쩌면 절망해있었다


더욱 깊숙이 담배를 끊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나는 중얼거리고, 이제는 알코올 등 온갖

신경물질들이 주는 퇴폐적 위안도

나의 고독을 방해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은밀하게 등을 꼿꼿이 폈다


그러나 여러분, 오해는 마시라

나는 더 낮은 곳으로 걸어가기 위한 준비를

단단하게 시작한 것이다

더 단순하고―발 디딜 뭍도 없는

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존재가 시작되는

공허의 밑바닥으로


그러나 그것은 결단 내릴 것도 없는

숙명 같은 전락이다: 늙을 줄 모르는 영혼을 위한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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