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지저귐
내게는 칼깃이 잘린 날개가 있다
내 둥지는
밤새 내린 비에 젖었다
그것은 나무 밑
진흙탕 속에 빠져있다
나는 공연히 몇 번인가 날개를 퍼덕여보지만
나는 안다
여우야 너는 어디로 가느냐
칼깃이 잘려 날지도 못하는 나를 두고
어디로 사냥을 하러 가느냐
언젠가 이 날개는 도로 붙을까
언젠가 나는 그들이 날았던 하늘을
뒤쫓아 날아갈 수 있을까
춤추자, 춤추자꾸나
잘린 날개를 퍼덕이면서
흙탕물 속에서 춤추자꾸나
하얀 날개가
진흙에 뒤범벅이 되어
시커멓게 물들 때까지
언젠가 이 대지는
나마저도 집어삼켜
곱고 부슬부슬한 한 줌의 흙으로
토해내겠지
또 내일이 올지도 모른다
나에게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올지도 모른다
내게는 칼깃이 잘린 날개가 있다
내 둥지는 밤새 내린 비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