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고독, 멸망 등 모든 폭발적 기쁨의 단면


새벽에는 아직도 춥다
반팔을 입으면 썰렁하고
물에 적신 천 같은 어둠이
팔께에 엉긴다
나는 회색 골목
주황빛 가로등
그늘진 밤하늘
아무도 다니지 않는 새까만 언덕
길목

발소리는 없다 단 하나도
없다
그늘이 내린 나무들
잎사귀 나부끼는 소리조차 없다
그리고 거대한 등뼈 위에 비죽비죽 솟은
돌로 된 빈 껍질들
안개도 없는 광활한
숨결 속
캄캄한 소리
흐른다

나는 땅 끝까지 펼쳐진
반쯤 뜬 눈동자의 광막한 표면
나는 터질 것 같은 대기(大氣)
땅 속에서 썩는 매미 유충
멈춘 심장이
웃음

바스락
갑자기 들 고양이 한 마리가 눈앞을 가로지른다
아하, 나는 산산조각 난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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