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미

글/시 2012. 6. 2. 19:04 |
도시의 미


강물이 진흙과 노란 봄빛을 품고
콸콸콸 흐른다. 살아있는 거인의 힘줄처럼.
하늘은 구름의 폐허.
모래톱에는 풀 한 포기 없는데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다리 위에만
보랏빛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뱀의 혓바닥처럼 새빨갛고
대리석 위에 떨어진 검은 핏방울처럼
우리를 취하게 하는 그것은 자신의 꿀이
넘쳐흐르는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오, 더럽구나! 더럽구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들처럼 음탕한 얼굴로
들끓는 회충마냥 드글드글 모여
게으름과 위선의 토양 위에서 사람의 손으로
피어난 그것들.

나는 찡그린 채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나의 가슴에는
분노가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확확 숨을 뿜었다.
태양은 실종 되었고
다 닳은 천처럼 무딘 바람은 내 가슴도
식혀주지 못했다.

만개한 꽃보다는 시들어가는 꽃이 더
아름답고
그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활짝 피었을 때 벌레 먹힌
꽃이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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