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글/시 2012. 5. 31. 23:36 |
비누


오늘 친구 집 비누가 나를 울렸다.
친구와는 술 마시고 기타치고
노래 부르면서
서로 웃는 낯으로 떠들썩거리다가
맥주와 기름에 번들거리는 얼굴 닦아내려
화장실 백열등 밑 세면대에서
세수하려고 비누를 문지르는데
그 냄새가 슬펐다.
그래서 나를 울게 했다.

비누든 향수든 심지어는
담배 냄새마저도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슬프다, 더럽게
슬프다.

언젠가 미래에
지금 쓰는 비누 냄새를 슬퍼하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슬퍼지고
또 눈물이 쏟아져서
얼굴에 비누거품 잔뜩 묻힌 채로
우는 소리 친구에게 들키지 않으려
수돗물 흐르는 소리 요란하게 해놓고
아무도 몰래
울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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