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생활

글/시 2012. 4. 15. 07:58 |
다락 생활


예전에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내게는 위장이 없었다. 나는 먹은 것을 전부
입으로 토했는데 그것은 바로 잉크와 흑연이었다.

나는 구역질을 하면서 옆으로, 뒤로 걸었고
겨울에만 나는 과실의 즙이
내 눈물샘에서 흘렀다. 그러면 나는
곰팡이들의 안락한 집락colony 속으로 기어들어가
세 겹의 눈꺼풀을 감고 잤다.

가끔, 환상이 사라지면 나는 굴러 떨어져,
썩을 정도로 익은 주홍색 빛 속에서
보석조각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그것은 없었다.
대신 나는 투명한 웃음과, 암적색 파도와,
그리고 광기로 조각된 얼굴을 만났다.

다시 돌아오면 나는 멍해져있었고
어찌할 바를 몰라 떨었다. 이따금 죽은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는 생살의 맛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체의 살점만을 먹고 사는
심해어처럼.

썰물시간이 되면 환한 천둥이 쳤다.
그러면 나는 머리를 감싸고 도망쳤다.
갑각류들, 노래하는 쥐들, 구분하기 힘든 색깔들 속으로.
나는 곰팡이였다. 증식하려 하지 않는.

하늘의 실종. ……그랬노라!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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