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굶주림과 봄빛

글/시 2012. 4. 11. 21:58 |
나의 굶주림과 봄빛


봄의 어느 조용한 정오에,
나는 한 손에 시집을 들고 거리를 거니네.
내 붉은 구두는 전날 내린 비에 얼룩졌고,
차분한 햇볕이 내 피부를 쓰다듬는다.

그런데 나의 빈 한 손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네.
오, 정신의 육체성이여!
호주머니에는 지폐 한 장과 동전 몇 닢.
그래도 나는 봄날 태양 밑에서 계속 걷네.
드문드문 흥얼거리며.

한때 나는 겨울만을 사랑했었지.
그러나 빛이란 얼마나도 심원한가?
내 가슴속 호수는 굶주림도 집어삼키고
황금빛으로 번들거린다.
고요한 낮.

나는 몽상을 밟고 다녔지,
풀숲의 잔디밭인양.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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