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고통. 불안과 고통. 우리는 태어났다. 우리는 어쩔 도리도 없이 태어나버렸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덮치고 강간하던 순간을 우리는 불타는 적개심과 증오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사방으로 폭발하는 공기 한가운데에 버려졌다. 우리는, 우리는, 나는 아직도 태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태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내 몸은 도마뱀처럼 끈적거리고 역겨운 모습으로 구부러져있다. 나는 꼬리를 배에 가져다댄다. 머리를 내 갈비뼈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새빨간 태아. 탯줄이 끊긴 태아가 땅 위에서 굴러다니는 것이다. 바람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피부를 찌르고 말초신경의 끝자락마다 흉터를 남기고 간다. 나는 배신당했다. 나는 배신당했다. 나는 그들에게 배신당했다. 나는 내 유일한 친구에게 배신당했다. 나는 그를 증오한다. 내가 투명한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릴때 그는 나를 버리고 갔다. 나의 둥글고 투명한 안구. 친구. 나는 손을 원했다. 나는 다섯개의 곧게 펴진 손가락과 그것을 싸고 있는 피부와, 그 속의 근육과 뼈와 골수를 원했다. 달그락거리며 악수를 나누는 뼈로 된 손들. 나는 손을 원했다. 직관적인 표현. 직관적인 비유. 나의 심장. 근육과 피들, 선명한 피. 새빨갛고 어찔어찔하다. 도움을 청한다. 나는 허공에서 떨어져내리고 있다. 언젠가 바닥에 닿는다. 내 손은 구름을 헤집고 내 기도에는 새파란 하늘이 가득하다. 꿀럭거리며 거품들이 피어오른다. 코로 물을 삼키듯이. 아프다. 모든 기관들이 산소중독에 걸린 것처럼 아프다. 말하는 것은 공포스럽다. 나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당신들을 증오한다. 내 친구를 증오하는만큼. 당신들을 한명한명 잡아 찢어발기고 부수고 터트리고 싶다. 내가 울때 그들은 무얼하고 있었나? 나는 그들도 고통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울고 고함지르다가 바스라졌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손과 당신들의 손에 흉악한 흉기가 쥐여져있다. 죽여라, 두들겨 패고, 휘두르고 깨트려라. 모래들이 쏟아져내린다. 우수수. 무거운 질량이 가루가 되어 쏟아져내린다. 사랑하고 싶다. 체온과 심장박동을 사랑하고 싶다. 또 운다. 나는 소리를 지르지 못한다. 내 목에는 단단한 자물쇠가 잠겼다. 목에서부터 심장과 폐까지, 전부 단단히 잠겨있다. 나의 뇌수 한가운데에서 바늘뭉치가 헤엄치고 있다. 그것은 빙글빙글 돌며 두개골의 안쪽 벽을 스친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당신이 낳았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뜨거운 양수와 끈적거리는 점액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세모꼴의 시각. 누가 죄인이라고? 태어났었습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내 모든 감각과 손과 발과 치아 하나하나가 나의 질식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것을 물어뜯는다. 아무리 씹어도 삼킬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좋은가? 좌절당했다. 감정들. 감정들. 급진적인 발들. 진공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성대가 터지고 피를 삼킬 정도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언젠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사방에 피와 살점과 골수를 튀기면서. 그것을 믿는다. 언젠가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부조리하고 나를 향한 원한으로만 가득하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히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한다. 희망사항. 희망. 끝.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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