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끈적이고 나는 그냥 여기 이렇게 욕이나 먹다가
글/시 2025. 6. 7. 16:28 |유월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끈적이고 나는 그냥 여기 이렇게 욕이나 먹다가
그 친구는 늘 그랬다 얼굴만 보면
씨발놈 일 좀 하라고
시발
돌이켜보면 수도 없는 근로계약서니
알바니 계약직이니 정직원이니
면접관의 호의니 시비니
상사의
창고에서 마주한 상사의
움츠러든 어깨와
울며
외치고 발광하는 나와
아아,
첫 출근날 면도도 안 한
밍준씨, 밍준씨는
어찌 그렇게 의도 없이 개차반이고
성실하게 욕먹는, 환자였는지
과거로 눈만 돌리면
나오는 건 욕뿐이라서
옷가게 호객하라고 세워다 놨더니
오로지 나는 작가요
샌드위치 싸라고 봉급 줘도
그저 나는 환자요
아주
끔찍하도록
성실하게
일하고
어긋나고
쫓겨나고,
다 때려치우고 방구석에
구겨져 있으면
시공간을 넘어서라도 씨발, 하고 욕부터 씹으며
일 좀 하라고
외쳐오는
이런 친구가 또 어디 있나
개시키.
그래.
앞날이 구만리라서
행복과 불행과 조건
허섭스레기들 두들기다
소나기 그친 여름 하늘에
원망 좀 뱉다가
뭐라도 좀
해야겠는데
앞날이
텅 비어 창연한
구만리라서.
뭐든지
할 수 있어서, 우리는
승리하는
수밖에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