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끈적이고 나는 그냥 여기 이렇게 욕이나 먹다가


 그 친구는 늘 그랬다 얼굴만 보면
 씨발놈 일 좀 하라고
 시발

 돌이켜보면 수도 없는 근로계약서니
 알바니 계약직이니 정직원이니
 면접관의 호의니 시비니
 상사의
 창고에서 마주한 상사의
 움츠러든 어깨와
 울며
 외치고 발광하는 나와

 아아,
 첫 출근날 면도도 안 한
 밍준씨, 밍준씨는
 어찌 그렇게 의도 없이 개차반이고
 성실하게 욕먹는, 환자였는지

 과거로 눈만 돌리면
 나오는 건 욕뿐이라서

 옷가게 호객하라고 세워다 놨더니
 오로지 나는 작가요
 샌드위치 싸라고 봉급 줘도
 그저 나는 환자요
 아주
 끔찍하도록
 성실하게
 일하고
 어긋나고
 쫓겨나고,

 다 때려치우고 방구석에
 구겨져 있으면
 시공간을 넘어서라도 씨발, 하고 욕부터 씹으며
 일 좀 하라고
 외쳐오는
 이런 친구가 또 어디 있나
 개시키.

 그래.

 앞날이 구만리라서
 행복과 불행과 조건
 허섭스레기들 두들기다
 소나기 그친 여름 하늘에
 원망 좀 뱉다가
 뭐라도 좀
 해야겠는데

 앞날이
 텅 비어 창연한
 구만리라서.

 뭐든지
 할 수 있어서, 우리는
 승리하는
 수밖에
 없어서.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