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세상은 개뿔 이게 화려해 보인 역사가 있기는 하냐
글/시 2025. 1. 8. 20:12 |화려한 세상은 개뿔 이게 화려해 보인 역사가 있기는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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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며 이름 높은 부촌들 들쑤시다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 심지어는 히말라야 산봉우리 올라서서 설산 보며 온 세상 높고 번쩍인다는 곳들 다 뒤지고 다니다 노숙자들 쇼핑카트 끌고 빳빳이 서서 드럼통에 소시지 구워 먹는 바닥까지 굴러 들어가도
화려하거나 근사한 건
개미 더듬이만치도
못 봤다
눈이 두 개나 달린 사람들이
대체 뭘 보고 사는 건지
참으로 궁금해서
평생 묻고만 살았는데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여기에 있는 건
가난하고 절망하는 어느
추레한 사람과
부유하고 행복한 어느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뻔한 패배가 확정되고
그 패배를 알거나
알지 못한 채
패배 되어가는 사람들이다.
저기 왕의 황금마차가
준마들에 이끌려 드르륵드르륵
드르륵 굴러가는데
저 궤짝이
뭐기에
노동에태만에성실에시기에보수에진보에계급에성취에혁명에전쟁에단두대에계승에생명에
병마에
사망에
대답 좀
해달라고
주먹을 써도 답을 안 해주니 묵직하고 중후한
데스크까지 엎었는데
인간들 도무지
말을 안 해주더라.
어쩌면 내가
묻고 있다는 사실마저
몰랐을지도.
1.
그런데 대답을 들은 일이
있기는
있었다.
너무나 틀림없는
대답이어서
그게
답이라고 알아듣는 데
13년 걸렸다 아니
벌써 14년이네.
내가 물은 건 아니고 우리
어머니, 걱정근심 많은,
어쩌다 이 꼬라지 됐는지 실타래 풀어볼 의욕조차 들지
않는
엉망으로 구겨져 흘러내리지도 않는
흙탕물
같은 아들을 둔
어머니가
그 아들 옆에 앉혀두고 어느 분께 물었다
이거 도대체 어째야 하냐고.
이미 이거는
중세 유럽 마녀처럼 생긴 한국, 정신과 의사가
더는 사고 치지 못하게
평생 잠재워 놓으려 했고
자매인가 싶게 똑 닮은 한국,
정신분석학자가 얼른
내보내려고
서류뭉치 떠안겨 병무청 가래서
군대도 안 갔고
만나는 이방인마다 눈 피하고 길 피하는
아주 그런
그런 거였다.
그래서
이거 어째야 하냐고
어머니는
정말 절박했나 보다
대답은
장미 씨앗은
지가 뭔 씨앗인지도 모르고 내버려
둬도
결국엔 장미 피운다는
말씀
이었는데……나는
창밖의
잔디밭 뛰어다니는
송장메뚜기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13년은
드르륵드르륵 행성 온통 쏠고
다니느라
어느새 죄 쏟아져
패배했더라
그런데
그사이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솟아
이게 꽃인지
뭔지는 몰라도
피긴
피겠더라.
덧붙여,
황금마차는
그냥 궤짝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