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디로 가는 골목이냐고 쿨럭쿨럭 눈밭에 일장기 토하던 그노무 시키는 무슨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그냥 폐결핵 환자였어 환자
글/시 2024. 11. 29. 13:22 |여기는 어디로 가는 골목이냐고 쿨럭쿨럭 눈밭에 일장기 토하던 그노무 시키는 무슨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그냥 폐결핵 환자였어 환자
눈 뜨고 시계 보니 오래도 잤다.
알람이고 벨이고 다 꺼놓은
핸드폰, 전원 넣자
눈 왔다고 대설 특보라고
연락이 얼마나 쌓인건지
공공기관 부서들, 각각, 참,
친절도 하지
커튼 걷어봐도 창문이 방풍재로
불투명해서
그만뒀다.
쌓일 것들은 알아서
계속
쌓이겠지.
이불 위 핸드폰은 울리는데
아마 누가, 아니, 십중팔구,
눈 내린다고
차 막힌다고
출근에 퇴근에 지하철에 버스에 온갖 불편이 이렇고 저렇고
그런 걸 테고.
이미 불편하다.
정적 깨지는 초침 소리 듣고 있자니
안구와 각막 눈꺼풀이, 갈라지고, 멈춰버릴 것, 같아
다시 누워, 의식, 을
멈추고
어느새 눈 뜨니 그 누구도 없는 와중에
시계만 홀로 전투적으로 질주하며
하염없이 원
원을
그리고 있었다
다시, 핸드폰에, 전원 넣고
올해 첫눈이 내렸다고
보내진 글귀를 읽는다
듣는다
지금도 첫눈이라는 말은 내리는가 보다.
갈라져 멈추려던 것들에는 수액, 차오르고, 흘러내려 집 찾은 미아처럼 펑펑
함박눈 펑펑 내리는 것 마냥, 펑펑
진득하게도 울었다.
지금 이렇게
불편함에도
그래, 올해 첫눈 보러 가자, 세수하고, 담뱃갑 쥐고서
배기가스 공해로 첫눈은 이미 질척대는 잿빛
담뱃재 떨궈도
티도 안 난다.
연기만 폐부에 들락날락
멍하니 니코틴이며 타르 흩어지는 모습
보고 있자니
시뻘겋게 부었던 눈두덩도 가라앉고,
허파서부터 숨과 체액과,겨울날어미잃고다죽어가는새끼고양이마냥
으르렁거린다 너무 오래
불편했다
병원에서는
병력이 있으셔서 자세히 봤는데요
결핵은커녕 천식도 아니구요
내장 상한 곳도 한 군데도 없으신데요
예.
돌아서자
탁하게 가래 끓으며
기침만 두어 번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