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워서 못 해먹겠고 또 걱정은 왜 이리


 그 사람은

 라면을 끓여
 전망이 탁 트인,
 은행
 나무
 밑에서

 라면을 먹었다.

 퍽
 야위었다.

 눈은
 냄비 뚜껑에
 그러나 풍광은
 볼 수 없이.

 사람이 없어
 사방이 고요한
 것
 같은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여기 작은 산 중턱
 작은
 세상
 맞은편에는
 화려한
 골프장

 뒤돌면
 남의 주방.

 그 사람은
 바삐 설거지를 하고 환기를 시키고 아무 흔적도 남지 않도록 주방으로
 떠난다

 나는
 곧 떨어지기 시작할 은행열매와
 낙엽을
 생각,
 아니,
 근심
 한다

 돌좌탁이 뜨겁고
 슬슬 바람에서는
 가을비 냄새나고
 싸리비 멀쩡한 놈 몇이나 남았더라

 뒤편에서
 설거지 소리 들린다.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