섧고 추하고 고독하고

글/시 2024. 2. 27. 11:20 |

섧고 추하고 고독하고


빌라 옆 동 사는 아저씨가 새벽부터 지랄이다
새벽부터
60분 주기로 옥상에 올라서서는
야 이 씨발년들아
받들어! 총!
씨발년들아!
받들어! 날
받들어!

담배 태우러 나갔더니
동네 사람들 웅성웅성
집단을 군중을
대중을 뭐 그런 걸 이루고
웅성웅성
누구는 112에 전화를 하네

당신들 이 동네 몇 년 살았습니까?
다들 수십 번씩
드러낼 거
다 드러내 놓고서는……

그렇게 모여있으니
담배도 못 피우겠잖아

시간은 얼추 오후 두 시
아저씨 다시 한 번 옥상에 나타나고
오우, 쓋
오 마이 갇
오케이, 쏘리

낄낄낄

나는 담배에 불 붙이고

아저씨
받들어줄 사람도 없이
퇴장.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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