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읽는 법

글/시 2024. 1. 2. 11:00 |

지도를 읽는 법


그들이 말했다
이 길이다,
이 밖의 모든 길
저열한 자멸의 걸음걸이뿐이니
손과 구두에 흙을 묻히지 말고
백로여, 너
까마귀 노는 곳에 가지 말라,


그래서 그들이 말했다
이 길이다,
밑으로 가자, 모든 무덤과
썩은 기름과 비탄 아래로
창부의 눈물과 살인자의 손아귀 안
용암 같은 원초는
틀림없이 이쪽이리라,


무진장의 그들이
이 길이다, 이 길이다,
이 밖에는 길이 없다……

그러니까 그들은 말했다
말했고,
고함쳤고 웃었고 울었고
살았고 죽었고 춤을 추었고

그렇게수없이난길인지길아닌지알수도없는땅을구르고구르고또구르다지쳐
쓰러지고서

그들이 말했다, 고
내가 말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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