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기록/생각 2023. 3. 26. 07:18 |

 그는 정오 즈음에야 늦게 일어났다. 어쩐지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커피를 끓였다. 커피가 다 끓었을 때 그는 의사가 한 말을 떠올렸다. 의사는 카페인을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콕 집어 말하자면 몸이 몹시 둔해진 느낌이었다. 걷는 속도도 덩달아 느려지는 바람에 3층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 손잡이를 쥐려다가, 곧바로 이것은 자신의 집 현관문이 아니라고 알아차렸다. 한층을 더 올라가 문을 열었다. 싱크대에 올려놓은 커피는 약간 식어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그는 굳이 소리내어 말했다. 잠시 서 있다가 그는 잔에 담긴 커피를 하수구에 쏟아버렸다. 자신이 모종의 병에 걸린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으나 딱히 어딘가가 아프지는 않았다. 그는 자리에 누웠다가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일어났다. 작업을 하려고 했으나 머릿속에 북풍이 부는 것처럼 정신이 산만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잠에서 깬 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되는대로 적어서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마음먹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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