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밑 어둠

글/시 2023. 3. 5. 16:29 |

책상 밑 어둠


그곳에서 나는 울지 않았다
그늘진 눈앞에 벽돌처럼
두꺼운, 책 하나 펼쳐놓고서
읽을 수도 없는 수많은 단어
군인들처럼 줄지어 섰다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눈은 가만히, 페이지에 떨어트리고
불 밝은 거실에는 소란한 잡음
책장 한 번 넘기지 않고
나는 모조리 듣고 새긴다
밤은 모두가 저주하는 시간
말하지 않고 눈에 담지 않고
단 한 번도 울지 않고
그렇게 나는
잠드는 법을 영영 잃어버렸다

지저분해진 책상 한구석
흰색 졸피뎀 푸른 트리아졸람
누군가의, 잠들어 꿈꾸는 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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