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백형

글/시 2022. 12. 22. 10:42 |

예술가, 백형


눈 깔린 길 걷자 태양 떠오른다
하얗게 서리진 풍광 날카롭게 비추는데
나는 망월사역에 술 얻어먹으러 간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휴식이야, 백형은
그렇게 말했고 그러니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술 마시러 간다
칼국수집에서 우리는 맥주를 잔뜩 마셨고
점심 먹는 손님들 가끔 흘낏하고
이쪽을 보곤 했던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얼굴은 붉게 붉게 달아올라
겨울 추위도 어디론가 쫓겨났구나 싶었다
인문학의 쓰레기통 같은 백형의 집
우리는 더 마시고 더 소리 높여 미래
미래를 떠들어대고
나는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끄고 백형은
점점 취기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너는 잘 될 거야, 그럼, 잘 될 거야
나는 맥주를 더욱더 위장에 내 안에 쏟아붓고
다른 수가 있겠어, 농담하듯 잔을 부딪치고
또 마시고, 턴테이블에 재즈 음반을 걸고 또
물론 잘 되는 수밖에 없다고 웃어넘기고

잠든 백형을 두고 밖으로 나오자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얼음송곳처럼 찔러왔다
전철 승객들은 오후 3시 만취한 남자를 어떻게 보았더라, 내 기억엔 아무도 없다
물론 잘 되고야 말겠지, 중얼중얼 술 냄새 지독한 한숨을 숨 쉬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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