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관념과 시간에 대한 불안으로 글을 쓴다. 나쁘지 않다. 효율적이기도 하거니와, 실상 생각해보면 모든 창작의 동기는 미학에 대한 탐구도 사상가적인 소명도 아닌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라면 이글루에 쓰여졌을 터인, 정리되지 않는 정념들과 작품이 될 수 없는 병증들을 최소한의 틀과 형식으로 다듬어 작품화시킨다. 그 얄팍하고 허무한 기준을 넘는 것만으로도 독자를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 씁쓸하지만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내 머릿속에 들어 앉아있는 깐깐한 비평가와 가상의 독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 그들의 처우에 대해 좀 더 실질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몰아내느냐 타협하느냐. 광기와 광기. 이성과 객관. 주관과 취향.
 세계와 나의 관계는 생각했던 것 만큼 나쁘고 원한과 증오로 지독하게 떡칠이 되어있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폐쇄적이지는 않다. 내가 추구하는 에너지-그것이 부정적이더라도-를 가져오는 원천이야말로 바로 세계고, 그 외에는 그만한 수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이다. 나는 내가 바라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가치판단을 포기했다. 그만큼 방관자적이고 자멸적이다. 반인륜적이다. 어쩌면 가치판단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행동가적인 면모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는 다를 바가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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