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글/시 2022. 4. 14. 23:22 |

사월


삼거리에 벚꽃잎 마구잡이로 흩날린다 친구는
군시절 생각난다고 욕설을 뱉는다
그제야 나는 가게 앞 비질하던 돼지갈비집
사장님을 생각한다 보도블록 위에 짓밟혀
갈색이 된 목련을 생각한다 매일
건물 앞에 쌓이는, 명함 같은 찌라시들을
생각한다 가을마다 바빠지는
환경미화원을 생각한다
그리고 사월의 둘째 주
친구 모두 정장하고 걷던 청명한 식장 앞
꽃구경하러 나온 사람들과 연인들
가족들을 떠올린다 그날만은
진 꽃잎이 썩어 짓무르리라는 생각 따윈 하지 말자고
아무도 몰래 다짐하던 자신을 떠올린다
벚꽃도 낙엽도 치울 일 없이 살아오던
그러나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무엇이던
끝에는 하수도로 쓸려가리라고
음울한 상념만 중얼거리던
내 굴곡 없는 손마디가 보이고
벚나무 심어진 부대에서 봄을 보낸 친구에게
할 말 없이 숙연해진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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