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자취

글/시 2022. 3. 24. 23:10 |

봄의 자취


봄이 당신을 데리고 갔다
그곳은 아주 먼 데에 있다
당신과 함께 가버린 봄에는
시간에 새겨지는 풍경 소리
적송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서편 하늘에 스러지는 노을이 있다
대청마루에 앉아 당신과 손을 겹친
안경을 쓴 젊은 청년이 있다

당신이 간 머나먼 곳에
어떤 풀벌레가 방울처럼 우는지
어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지
어떤 하늘이 머리 위에 드리우는지
나는 알래야 알지 못한다
그곳은 삼천대계가 당신의 회색 눈동자고
새벽처럼 미소 짓던 당신의 침묵이리라고
외투를 여미며 쓸쓸히 공상해볼 뿐이다

당신이 봄과 함께 멀리 가버리고
이 땅에는 십 년 동안 마른바람이 분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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