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인간

글/시 2022. 3. 3. 22:50 |

낙타 인간


암석과 모래 위로 한 남자가 걸어간다
야윈 다리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듯
드러난 정강이는 비척비척 걸어간다
아무도 그가 울고 있는 것을 모른다
머리 위로 녹은 황금이 쏟아져 내리고
발자국마다 암염조각이 바스러진다
모래바람은 속눈썹만을 더욱 자라게 한다
아무도 그의 눈동자를 본 적 없다
모래 위에 자국도 남지 않도록
발바닥은 굳은살로 넓고 평평해졌다
몇몇 사람들이 남자를 찾아 나섰으나
모래바람은 흔적도 이해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가끔 주황색 바위 밑으로 기어들어가
용광로인 듯 끓는 태양에게서 몸을 피한다
까뮈의 배교자처럼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스스로 다가오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에 그는 다시 떠나야 한다
이제 땀도 흘리지 않는 피부 밑
끈끈한 피는 바깥세상의 폭염처럼 고함친다
무언가 분명한 것, 아마 사막의 끝에
틀림없이 거기 있을 무엇을 울부짖는다
점점 그는 걷는 현상이 되어가고
눈물로 허비할 수분은 허락되지 않고
아무도 그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막과 하나 될 때까지 걸어야만 하는
그 남자 역시
자신이 울고 있음을 모른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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