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무늬

글/시 2022. 2. 27. 00:05 |

바람의 무늬


바람이 강의 표면에 새겨진다
난간 높은 마포대교
청년은 수면에 그려지는 언어를 읽는다
갈기 휘날리며 날뛰는 겨울바람
너무 오래 사납기만 했다
저 밑에 오리들 헤엄친다
그것들은 늠름하다
바람을 타고 날 뿐만 아니라
물결 위에 자신의 무늬를 덧씌울 만큼
그러나 청년은 계절마다 바람에 쓸리고
투명한 상처에 어리둥절했고
영혼에는 풍이 들었다
어느새 눈이 내리려는지
날씨는 조금 따듯하고
내일부터 청년은 일정이 없고
이상하리만치 높은 난간에 손을 뻗어본다

검은 머리카락
읽을 수 없는 무늬로 휘날린다.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