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죽는 사람

글/시 2021. 11. 18. 23:09 |

매일 죽는 사람*


 야간버스가 달리고 창밖의 풍경은 계속해서 뒤로만 밀려난다, 종일 서울이 뿜어낸 땀이며 연기며 습기 찬 한숨 따위에 하늘은 새까맣게 흐렸고 그 뒤에 별들은 도사렸고, 오늘은 무너져 내려오지 않으려나 보다, 뒷좌석 사내는 옆구리를 감싸 안고 송장처럼 뻣뻣하게 앉아, 죽어있고, 죽어있는가보다, 성기게 포장된 도로 위에서 버스는 가끔 몸을 벌떡인다, 그때마다 승객들은 덜컥 이를 부딪으며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 곧바로 눈을 감는다 아직 종점이 아니고 종점은, 검은 구름 위의 별들처럼 기다리고 있다가 그쪽에서 엄습해오겠지, 승객들은 모두 그렇게 믿는다 가로등 불빛으로 점멸하는 얼굴에 웃음인 듯 체념을 띄워놓았다, 뒷좌석 사내는 줄곧 죽어있고, 길은 갈수록 좁고 버스는 더욱 몸을 뒤틀어대는데, 사내는 경직되어 흔들리지도 않는다, 이미 종착지가 찾아온 덕인지, 이제 너부러질 일만 남았으니 무너질 밤하늘에 대해서도 내일이면 기점이 될 종점에 대해서도, 땅거미 떼처럼 각자 굴속으로 돌아가 어둠이 걷히지 않기만을 바라는 시민들에 대하여도 걱정하지 않으리라고, 그렇게 단단히 믿어도 야간버스는 종점에 도착하고 뒷자리 사내는 풀려난 용수철처럼, 느닷없이 일어나버린다 그리고, 한쪽 발은 잃어버렸는지 기우뚱, 기우뚱 버스에서 내리고 계속하여 그렇게, 외로만 구두를 신고 컴컴한 개미굴 같은 골목으로, 남의 다리를 빌려 쓰는 듯 걸어간다 걸어가서, 어딘가 서울이 등진 구석으로 삐거덕삐거덕 사라진다.

 

*조해일, <매일 죽는 사람>,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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